“유셴코 대통령”… 우크라 대선 재투표서 52% 득표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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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선 재투표에서 야당의 빅토르 유셴코 후보(50)가 승리했다. 27일 중앙선관위 공식 집계 결과 99.02%의 개표가 끝난 가운데 유셴코 후보는 52.22%를 얻어 43.99%를 얻은 여당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선관위는 이르면 28일 유셴코 후보를 공식 당선자로 발표할 예정이다. 유셴코 후보는 “우크라이나와 국민의 승리”라며 승리를 선언했다. 1만2000여 명의 외국인 선거감시단도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아 이번 재투표 결과는 국제적 승인을 받았다.》

▽축제 분위기의 키예프, 망연자실한 동부=27일 새벽 유셴코 후보의 승리가 알려지자 수만여 명의 시민들이 수도 키예프 중심에 있는 독립광장으로 모여들어 광장 일대가 유셴코 후보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물결로 뒤덮였다. 이곳은 지난달 22일부터 유셴코 후보 지지자들이 부정선거 항의 시위를 시작해 결국 재투표까지 이끌어낸 시민혁명의 중심지.

오전 3시경 유셴코 후보가 광장에 들어서자 시민들은 일제히 “유셴코, 대통령”을 연호했고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졌다. 유셴코 후보는 “우리는 지난 14년간 독립국이었지만 오늘로 마침내 자유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유셴코 후보가 연설을 마치자 인기 여가수 루슬라나가 15m 길이의 오렌지색 목도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한편 반(反)유셴코 성향의 동남부 지역은 개표 결과 예상보다 큰 표차에 실망한 탓인지 일단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야누코비치측 대변인 네스토르 슈프리치는 중앙선관위에서 “(이번 선거에서)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있었으며 이를 대법원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투표가 유셴코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불공정하게 치러졌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어 이 지역 민심의 움직임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국이 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통합 과거청산 이룰까=유셴코 후보는 내년 1월 중순경 새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이다. 차기 총리로는 부정선거 항의 시위를 주도하며 ‘우크라이나의 잔 다르크’로 떠오른 여성 정치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부총리와 알렉산드르 모로조 사회당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새 대통령의 앞날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먼저 선거 과정에서 깊게 파인 지역간 갈등의 골을 메워야 한다. 친서방 성향의 그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도 시급하다. 한편으로는 경제 협력을 위해 서방과의 관계도 유지해야 한다.

국민들은 중앙은행장 경력의 경제통인 유셴코 후보의 당선으로 경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을 정도로 불투명한 경제 구조가 쉽게 바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최근 개정된 새 헌법이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총리와 의회의 권한을 강화해 그가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키예프=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중앙은행총재 - 총리시절 시장개혁 강력추진▼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신생국 우크라이나의 세 번째 대통령이 될 빅토르 유셴코 후보(50)는 올 한 해 동안 가장 관심을 끈 ‘화제의 인물’로 꼽힐 만하다. 그는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되자 예상을 뒤엎고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여당 후보를 앞서가며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당황한 집권세력은 ‘유셴코 죽이기’ 음모에 나섰다. 우크라이나계 미국인인 부인 예카테리나 여사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간첩으로 몰아세웠다. 유셴코 후보는 9월 의문의 다이옥신 중독으로 얼굴 피부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해 대중 정치인으로는 치명적인 피해를 보았다.

유셴코 후보는 지난해 그루지야에 이어 옛 소련권에서 두 번째로 시민혁명을 통해 집권에 성공한 지도자가 됐다.

그는 6년 동안 중앙은행 총재를 지내며 경제 개혁을 이끌었고 경제지원을 얻기 위해 미국 등과 접촉하면서 서방과 가까워졌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개혁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2년여 동안 총리를 지냈으나 결국 쿠치마 대통령과 결별해 험난한 야당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키예프=김기현 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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