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부시초상화’ 소동…뉴욕서 전시회 이틀만에 중단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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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식당이 모여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첼시마켓에서 2000여 명의 관람객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리에 열리던 미술전시회가 개막 이틀 만인 11일 갑자기 막을 내렸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희화화한 작품을 내건 것이 화근이 됐다.

사진과 그래픽 분야 등의 신인작가를 발굴해 소개하는 미술잡지 ‘애니멀’ 주최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는 작품 60여 점이 전시돼 내년 초까지 일반 관람객에게 선보일 예정이었다.

문제가 된 작품은 크리스토퍼 사비도 씨(23)의 침팬지 그림. 멀리서는 부시 대통령의 초상화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수백 마리의 침팬지가 늪지대에 모여 있는 장면이 나타난다.

전시를 준비한 큐레이터 버키 터코 씨는 “전시장 소유주인 첼시마켓 측이 침팬지 그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시는 이것으로 끝이며 그림을 떼어내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 체포토록 하겠다’고 말하더니 11일 멋대로 작품들을 밖으로 끌어냈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피츠버그에 살고 있는 사비도 씨는 “이 작품의 의미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웃다가 깜짝 놀라 다시 생각을 하도록 하는 데 있다”며 “나는 나를 표현하기 위해 뉴욕에 왔는데 이런 검열이 뉴욕에서 벌어질 줄 몰랐다”고 비난했다.

전시가 중단되자 일부 작가들이 13일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사비도 씨는 “표현의 자유는 예술보다 더 치열한 것이며 미국인의 기본적인 자유”라고 주장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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