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지역에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인기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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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나 유럽에서 들어온 제품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 이외에는 쳐다보지도 않기 때문이죠."

21일 오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전자제품 상점들이 모여 있는 루가바야 거리. 가전품 판매점 '비토바야 테크니카'를 운영하는 블라디미르(37)는 매장에 LG 세탁기, 삼성 TV 등 한국 제품만 진열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의 인기는 높다. KOTRA에 따르면 최근 이 지역에서 한국산 가전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또 국산 자동차 수출도 최근 3년간 약 4배로 늘어났다.

한국 제품의 인기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쪽으로 2500㎞ 떨어진 이르쿠츠크에서도 확산되고 있었다.

'동(東)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리는 이르쿠츠크 시내 거리를 달리는 승합차와 버스 대부분은 프레지오 그레이스 등 한국에서 수출한 중고차였다. 이들 차량은 '부산 동래' '00유치원' 등 한국에서 쓰던 안내 간판을 그대로 달고 있어 한국의 거리로 착각할 정도였다.

승합차를 운전하던 알렉산드르(28)는 "한국어 간판을 떼지 말아야 중고차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되팔 수 있다"며 "시장에서 코리아 제품은 가격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말했다.

한국산 브랜드는 러시아 중산층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르쿠츠크에서 목재 수출 기업인 'XYZ'를 운영하는 세르비나(53)는 "한국산 의류 전자제품 자동차는 유럽 제품에 비해 품질이 뒤지지 않고 가격도 알맞아 월 소득 5000달러 이상 가정에서 인기 상품 1위"라고 전했다.

이르쿠츠크 주변 바이칼 호수에서 한국산 카메라 폰으로 사진을 찍던 올가(26·여)는 "한국산 카메라 폰은 기능이 다양한 '스마트 전화'라서 신제품이 나오면 대학생들이 구매 경쟁을 벌인다"고 말했다.

극동러시아에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후 다른 선진국 기업이 철수한 상황에서도 한국 기업은 남아 시장진출에 힘을 쏟은 결과라고 현지의 한국 기업인들은 말했다. 또 가전 및 휴대전화,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산 제품의 품질이 많이 좋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르쿠츠크.블라디보스토크=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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