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의 강간’저자 아이리스 창 “日우익 협박 시달렸었다”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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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南京)의 강간(The Rape of Nanking)’을 쓴 아이리스 창(중국명 장춘루·張純如·36·사진)은 일본 우익인사들의 협박에 시달린 끝에 자살한 것이라고 중국 법제만보가 15일 미국 뉴욕대 영화학과 추이밍후이(崔明慧) 과장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미사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첸쉐썬(錢學森)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지난해 여름 창씨를 인터뷰했던 추이 과장은 창씨가 1997년 책을 출판한 이후 일본 우익인사들로부터 수년간 협박 전화와 편지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창씨는 심한 공포와 우울증을 앓아왔으며 전화번호를 수시로 바꾸고 주변과는 전화 대신 e메일로 연락을 취했다는 것. 또 집에서는 인터뷰를 하지 않았고, 친구에게도 남편과 두 살 된 아들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추이 과장은 전했다.

‘난징의 강간’은 일본군이 1937년 12월 난징을 점령한 뒤 중국인 30여만명을 학살한 만행을 폭로한 최초의 영문서적으로 두 달여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랐다. 1999년 초 한국에도 번역 소개됐으며 당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창씨의 첫 작품은 1994년 천쉐썬의 일대기를 다룬 ‘실크웜의 실(Thread of the Silkworm)’이었다.

1968년 미 보스턴에서 태어난 화교로 일라노이주립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뒤 AP통신과 시카고트리뷴지에서 기자생활을 했던 창씨는 10일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인근 도로변에 주차된 자신의 차안에서 머리에 권총을 쏘아 숨진 채 발견됐다.

최근 신경쇠약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가족들에게 “아프기 이전의 모습으로 기억해 달라”는 메모를 남겼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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