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밀려드는 오일달러 고민되네”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8시 50분


코멘트
세계 2위 석유수출국인 러시아가 밀려드는 오일달러를 감당하지 못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주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인 113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외환이 바닥나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선언까지 했던 1998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갑작스레 늘어난 달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모르는 데다 달러 과잉으로 생긴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지난해 달러당 30루블 안팎이던 환율은 최근 28루블대로 떨어지면서 ‘루블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루블대까지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제조업의 가격경쟁력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전체 수출의 45%를 차지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비중을 줄이고 산업을 성장시키려고 하고 있으나 ‘오일달러’가 오히려 방해가 되는 셈이다.

시중에 달러가 넘치니 물가도 만만치 않게 올라 올해 10% 미만으로 묶겠다는 계획은 달성이 어렵게 됐다.

남는 달러를 어디에 쓸까도 고민이다. 정부 내에서도 부처마다 의견이 다르다. 보수적인 재무부는 외채 상환에 먼저 쓰자고 주장하고, 산업 담당 부처들은 송유관 건설 등 인프라 확충부터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달러를 쓰지 말고 그냥 비축하자는 주장과 모처럼 생긴 여유자금으로 군사력을 강화하자는 주장까지 가세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