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 유력]미국은 ‘전쟁 사령관’을 바꾸지 않았다

  • 입력 2004년 11월 3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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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 변수’가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미국인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 성공적으로 이끌 강력한 지도자를 선택했다.

2일 실시된 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의 하나는 테러와의 전쟁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존 케리 민주당 후보에 비해 그 전쟁을 더 성공적으로 이끌 강력한 지도자로 받아들여졌다는 얘기다.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전쟁 중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최고사령관을 바꾸지 않았으며 이번에도 그 전통을 유지한 셈이다.

▽테러와의 전쟁과 도덕적 가치=미국인들은 부시 대통령을 다시 선택함으로써 발생한 지 3년이 넘은 2001년 9·11테러가 얼마나 충격적이고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를 재확인해 줬다.

물론 전체 투표자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 지지자들은 테러리즘과 도덕적 가치를 가장 중요한 지지 이유로 밝혔고, 케리 후보 지지자들은 경제와 일자리 문제, 그리고 이라크전을 가장 중시한 것으로 CNN의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테러와의 전쟁과 도덕적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 투표자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음으로써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주 같은 격전지에서 승리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이라크전 평가=이라크전을 가장 중요한 지지 이유로 밝힌 유권자들은 압도적 차이로 케리 후보를 지지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1000명 이상의 미군이 이라크에서 사망하고 전쟁 명분으로 내세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은 데 대한 심판으로 풀이된다.

이라크전이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사람은 44%, 아니라는 사람은 55%였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지지자들은 88%가 더 안전하게 만든 것으로 평가했다.

이라크전에 대한 유권자들의 낮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이 더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결속도 중요한 요인이 됐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공화당원의 97%가 부시 대통령을 지지한 반면에 민주당원은 86%만 케리 후보를 지지해 대조를 보였다.

▽경제와 일자리 및 세금=투표자들은 경제와 일자리 및 의료보장제도 등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생각했다. 특히 케리 후보 지지자들이 그랬다.

그러나 세금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본 투표자 가운데 52%는 부시 대통령을, 47%는 케리 후보를 지지했으며 특히 감세정책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91%가 부시 대통령을 지지했다.

▽강력한 지도자상=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전쟁 중”이라는 것을 기본 전제로 보다 강력하고 안전한 미국을 선거전의 주제로 내세웠다.

부시 선거팀은 전당대회와 TV 광고 등을 통해 이 주제를 반복해 강조했으며 도전자인 케리 후보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한, 우유부단한 정치인이라고 몰아갔는데 이 전략이 상당 부분 먹혀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플로리다주 유권자의 경우 강력한 지도자를 지지 후보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응답한 사람이 19%나 됐지만 이들 가운데 케리 후보를 강력한 지도자라고 응답한 사람은 불과 13%뿐이었던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부시의 선거전략=부시 선거팀은 이번 선거의 승패가 결국 지지자들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100만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했다.

케리 후보 진영의 투표 참여 노력으로 30세 미만 젊은 유권자를 포함한 신규등록 유권자가 많이 투표했지만 부시 대통령 지지자들도 대거 투표에 참가함으로써 이를 상쇄했다. 부시 대통령의 선거참모 칼 로브는 “2000년 선거에서 400만명의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에 불참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이들의 참여율만 높아지면 부시 대통령이 승리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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