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브라이언 코널리]한국인이 얼마나 친절한데…

  • 입력 2004년 10월 1일 18시 27분


한국인은 친절한 민족이다. 이건 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얘기다. 그러나 내가 한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인들은 친절하다”고 얘기하면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불친절하다는 생각에 익숙해진 듯하다. 왜 그럴까. 겸손한 국민성 때문일까. 한국에 산 지 3년, ‘한국인들은 자기 평가에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얼마 전 한국 TV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봤다. 한 할머니가 행인들에게 길을 묻는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찍은 것이었다. 시민들의 친절의식 수준을 알아보기 위한 프로그램인 듯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고 몇 명만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할머니의 질문에 대답했다. 몰래카메라 장면이 끝나자 프로그램 패널들이 나와서 한국인의 친절의식 부족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다들 심각한 얼굴로 ‘단체 반성’을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과연 한국인들만이 그럴까. 이 정도의 불친절은 세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서울은 아시아의 최대 도시 중 하나가 아니던가. 대도시 주민들의 친절의식이 별로 높지 않다는 것은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한국인들을 애써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살아 본 나의 경험에 의하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인의 친절의식은 낮은 편이 아니다. 다만 한국인들의 자기 평가가 낮을 뿐이다.

서울에 온 지 얼마 안돼서 나는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길을 잃었다. 차에서 내려 한 행인에게 지도를 보여 주며 서툰 한국말로 길을 물었다. 그는 손짓 발짓까지 해 가며 설명했으나 내가 알아듣지 못하자 ‘잠깐 기다리라’면서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금방 자신의 차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나에게 자기 차를 따라오라는 것 아닌가. 족히 20분도 넘는 거리였는데 그는 나를 인도해 가며 길을 찾아줬다.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그는 싱긋 웃으며 차를 몰고 사라졌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얼마 전 내가 근무하는 외국인 전용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의 아이들이 매우 아팠다. 일요일에 이런 응급상황을 맞은 것은 처음이라 모두가 당황했다. 그러나 한 한국인 소아과 의사가 자신의 휴일 스케줄을 제쳐 두고 직접 왕진을 와서 아이들을 진료해 줬다. 나뿐만 아니라 아파트에 사는 많은 외국인 주민들이 그 의사의 친절함에 감동했다.

내가 그리고 그 아이들이 외국인이라서 한국인들이 친절했던 걸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때 한국인들의 문화의식과 공공질서 수준은 결코 초라하지 않다. 오히려 감동의 순간이 더 많다. 물론 고쳐야 할 점도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너무 인색하게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았으면 한다. 근거 없는 ‘자기 비하’는 개인과 집단의 발전 기회를 막아 버리기 때문이다.

▼약력▼

195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오클라호마주립대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했다. 2001년 한국에 왔으며, 주말이면 서울 인사동을 찾거나 요리를 만드는 것이 취미다.

브라이언 코널리 오크우드 레지던스 총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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