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질극 누구 소행인가]바사예프가 총지휘한 듯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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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 우마로프
도쿠 우마로프
《도대체 누구 짓일까. 3일 최악의 유혈참사로 막을 내린 러시아 남부 베슬란 학교 인질사태를 저지른 테러범과 배후세력을 찾는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인질극은 범인들이 스스로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은 데다 요구사항조차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채 참극으로 막을 내렸다. 6일 러시아 언론은 생포된 인질범 중 일부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이 정확한 수사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인질범은 모두 몇 명이며, 이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인질범은 모두 몇 명?=당초 러시아 검찰은 32명의 인질범 중 31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北)오세티야공화국 비상대책부는 “35명의 인질범을 사살했다”고 엇갈린 발표를 내놓았다.

일간 가제타는 체첸인 누르파슈 쿨라예프(24)가 생포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친형 한파슈와 함께 인질극에 가담했는데 형은 진압 당시 사살됐다는 것. 이들 형제는 강경파 반군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39) 부대 소속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관영 1TV를 통해 생포된 한 인질범을 공개했다. 이름과 국적을 밝히지 않은 이 남자는 서툰 러시아어로 “나도 자식이 있다. 어린이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 인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체첸반군 강경파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동아일보 자료사진

관영 러시아 방송은 “인질범 중에는 인질극이 벌어진 베슬란 제1공립학교 졸업생도 끼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그는 자신의 스승들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35도의 무더위에도 복면을 벗지 않았으며 결국 사살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인질범 중 9, 10명의 아랍계와 흑인이 있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증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배후는?=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검찰을 인용해 이번 사건의 배후가 체첸 반군 지도자 중 강경파인 바사예프라고 보도했다.

그가 이끄는 조직인 ‘리야두스 살리힌(이슬람 전사 부대)’은 1995년 러시아 남부 부됴노프스크 마을과 2002년 모스크바 뮤지컬 극장에서 대규모 인질극을 주도했다.러시아 수사당국과 언론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체첸반군 지도자 중 강경파인 바사예프가 이끄는 조직인 ‘리야두스 살리힌(이슬람 전사 부대)’을 지목하고 있다.

이 조직은 1995년 러시아 남부 부됴노프스크 마을과 2002년 모스크바 극장에서 대규모 인질극을 주도했다. 바사예프는 1999년 체첸 인근 다게스탄공화국을 공격해 러시아군이 이를 빌미로 다시 체첸을 침공해 2차 체첸전이 일어나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슬람 원리주의의 영향을 받은 그는 체첸의 독립뿐 아니라 카프카스 전역에 이슬람공화국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건파인 체첸 망명정부의 아슬란 마스하도프 대통령의 지시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테러에 나서고 있다.

바사예프의 지시를 받고 현장에서 인질극을 지휘한 인물은 도쿠 우마로프와 마호메드 예블로예프가 지목되고 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구출된 인질들이 우마로프의 사진을 보고 “그가 현장에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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