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때 일본軍, 포로에 독가스 생체실험

  • 입력 2004년 7월 27일 1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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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독가스 무기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호주군 포로를 상대로 '생체실험'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만주 주재 일본 관동군이 한국과 중국의 항일투사 등을 상대로 생화학무기 생체실험을 했던 일은 밝혀졌지만 호주군을 상대로 한 생체실험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2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주오대(中央大) 교수진은 호주 캔버라의 국립공문서관에 보관된 'B·C급 전범재판기록'을 통해 히로시마(廣島)에 본부를 둔 5사단이 독가스 생체실험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재판기록에 따르면 1944년 11월 남태평양 카이제도에서 일본군 5사단의 독가스 무기 담당 중위가 호주군 포로 2명에게 맹독성 청산가스가 담긴 대전차용 무기를 투척했다. 포로들은 곧바로 쓰러졌고 헌병들이 달려들어 총검으로 이들을 살해했다.

포로에게 잔악한 행위를 한 중위는 전쟁이 끝난 뒤 1948년 7월 홍콩에서 열린 전범재판 과정에서 "생산한지 4년이 지난 무기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라는 상사(중령)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실험후 '성능 유효' 사실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포로에게 잔학한 생체실험을 했던 일본군 중령과 중위는 교수형을 당했다.

생체실험 사실을 보도한 마이니치는 "패전이 임박해지자 일본군이 연합군에게 대항하기 위해 독가스 무기를 매우 중시했던 실태가 밝혀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군은 패전이 임박하자 독가스 무기 개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중국 각지에 몰래 파묻는 등 불법폐기를 해 최근까지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또 일본 내에서도 당시 호수나 땅속에 불법폐기된 독가스 무기 때문에 각종 질환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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