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왜 오렌지색 옷 입혔나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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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11시경(한국시간 21일 오전 4시) 김선일씨가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란 테러조직에 납치된 모습이 알 자지라 TV의 화면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을 때 김씨는 허름한 회색 남방 차림이었다.

하지만 22일 오후 8시40분경(한국시간 23일 오전 1시40분) 알 자지라 TV가 보도한 피살 직전의 비디오테이프에서 김씨는 오렌지색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눈은 가려져 있었다.

오렌지색은 12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해된 미국인 폴 존슨, 지난달 11일 이라크에서 참수된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가 입었던 옷과 같은 색.

테러조직이 살해하기 직전 인질 3명(김씨와 미국인 2명)에게 똑같은 옷을 입힌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 테러조직이 어떤 일관된 메시지를 남기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이다.

오렌지색 옷은 특히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와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 기지에 수용된 알 카에다 조직원 등이 입고 있는 것과 같다.

버그씨 납치범들은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의 이라크 포로학대에 대한 보복을, 존슨씨 납치범들은 사우디 내에 수감 중인 알 카에다 조직원 700명의 석방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오렌지색은 ‘박해에 대한 보복’이란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인 이외의 첫 외국인 참수 대상으로 한국인을 선정한 데다 오렌지색 옷까지 입히며 ‘연출’한 것은 테러조직이 한국을 미국과 동일 선상의 ‘적대국’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살해 직전 인질 3명의 옷이 같다는 것은 또 인질들을 살해한 테러조직이 같은 조직이거나 동일한 ‘상부’(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지시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대목이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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