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교민 신속 철수…'안전불감증' 우려

  • 입력 2004년 6월 23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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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무역 김선일씨가 끝내 참수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부는 23일 이라크 현지 교민들을 신속히 철수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국이 주권을 이라크인에게 넘기는 정권이양일(6월30일)을 앞두고 이라크 정치상황이 극도로 불안정해졌고, 한국이 추가파병을 공식 확정한 만큼 한국인을 겨냥한 '제2의 납치사건'이 재발될 개연성이 높아진데 따른 결정이다.

현재 이라크에 머무는 한국인은 모두 71명. 대사관 필수요원 11명, 특파원 10여명, 김씨가 일하던 가나무역의 11명을 포함한 기업인 38명 등이다. 1차 철수 대상은 체류이유가 없어진 교민과 상사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현지 교민들이 정부 방침이 잘 따라줄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오무전기 직원 피격 사망사고, 올 4월 한국인 목사 7명 납치사건, 이번 가나무역 납치살해 사건에는 교민들이 정부의 위험경고를 무시했다는 공통점이 담겨있다. 정부는 줄곧 "이라크에 가급적 입국하지 말고, 입국할 때 대사관에 신고해 비상시에 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럼에도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부하직원인 김씨가 지난달 31일 납치된 지 20일이 지나도록 한국 대사관에 신고조차 안 했고, 목사 7명도 올 4월 초 요르단에 머물 당시 "이라크에 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튿날 이라크로 떠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교민들의 안전불감증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위험수당을 두둑하게 얹어주는 이라크 '전시(戰時) 사업'의 특성도 작용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이라크를 방문했던 기자들은 "현지에서 만난 사업가들이 '한국에서 먹고살기 힘들어 여기까지 왔다. 위험하다는 말 때문에 물러서기가 쉽지 않다'는 털어놓았다"고 말한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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