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대통령궁-후세인 모두 넘겨라”

  • 입력 2004년 6월 17일 19시 01분


이달 말 주권이양을 앞두고 이라크 과도정부와 미국이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이라크 과도정부 내각은 미국의 각종 내정간섭에 ‘노(No)’라는 의사를 공공연히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이라크 국민의 여론을 의식한 것이지만 미국은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넘길 것은 다 넘겨야=가지 알 야와르 이라크 과도정부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이라크 대통령궁 반환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 사례.

이에 대해 댄 세너 연합군 임시행정처(CPA) 대변인은 17일 “대사관 대체 부지가 나올 때까지 대통령궁을 대사관 및 부속 사무실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찌감치 미 대사관과 이라크 재건을 담당할 국제개발처(USAID) 건물로 대통령궁을 ‘찜’해놓은 상태였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는 더욱 첨예한 문제다. 이야드 알라위 총리는 15일 돌연 “2주 안에 후세인을 넘겨받게 될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했다. 아연 실색한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적절한 시점’에 후세인을 넘길 것”이라며 불쾌한 심사를 나타냈다.

이 밖에도 타미르 가드반 이라크 석유장관은 진정한 주권이양을 위해 석유 판매수입을 과도정부가 직접 통제하겠다고 나섰고, 말라크 도한 알 하산 법무장관은 사형제도 부활을 주장했다.

▽정치적 계산 깔려=과도정부가 잇달아 미국에 대해 자주성을 과시하는 것은 이라크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들에게 ‘미국의 꼭두각시’로 비치면 주권이양 후 2005년 1월 총선까지 담당할 치안유지와 통치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

15일 AP통신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라크 국민의 92%는 미군을 점령군으로 여기며 절반 이상은 미군이 떠나야 이라크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미국은 과도정부의 ‘불만’이 불쾌하지만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 침공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과도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최고의 선택’은 아니지만 공조할 수밖에 없다고 LA타임스가 지적했다.

이 신문은 2005년 1월 이라크 총선이 끝날 때까지 안보와 재정을 둘러싼 미-이라크 과도정부간 마찰이 계속 불거지겠지만, 내부적으로 해결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이라크 과도정부와 미국의 갈등 사례
갈등 이슈이라크 과도정부 입장미국 입장
대통령궁사용 방안가지 알 야와르 대통령, 15일 과도정부에 반환 요구○대사관 및 부속 사무실, 대사관 본부 건물, 국제개발처(USAID) 건물로 사용할 방침→댄세너 연합군 임시행정처(CPA) 대변인 17일 “대체부지가 나올 때까지 대사관 및 부속 사무실로 사용할 것”
사담 후세인전 대통령 신병 처리문제이야드 알라위 총리, 15일 앞으로 2주일 안에 이라크 당국에 인계돼 가능한 한 빨리 재판을 받을 것○조지 W 부시 대통령, 15일 “적절한 보안조치가 취해진 다음 적절한 시점에 이라크 당국에 넘길 것”○댄 세너 대변인, 15일 “후세인은 전쟁포로 로 볼 수 있기 때문에 30일 이전엔 이라크 측에 넘겨질 수 없을 것”
석유 판매 수입권타미르 가드반 이라크 석유장관, 10일 “이라크 석유 판매수입을 새 정부가 직접 통제하고 미국 자문관을 없앨 것”석유 판매 수입을 관리할 자문관 유지
사형제도말리크 도한 알 하산 법무장관 6일 “주권 이양되면 사형제도를 중지할 이유가 없다”법무부 미 자문관 사형 폐지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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