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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3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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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거 안보 지상주의에 대한 반발 때문에 역(逆) 색깔론으로 덧씌워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감싸기가 아니라 정당한 평가"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아 정부의 낙관→안보불감여론→정책부진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문제없다" = 정부차원의 낙관론은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정 장관은 2002년 "북한의 생화학무기는 남한공격용이 아니다"고 발언했고, "북한에 유입된 달러화가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한 적도 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정례브리핑에서 황장엽(黃長燁) 북한 노동장 전 비서의 북한체제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시 통일부 주변에선 "정 장관이 총대를 멘 느낌"이라는 말도 나왔다.
외교통상부도 북한을 대신해 보도자료를 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외교부는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의 5월22일자 기사에 대해 "북한이 리비아에 우라늄을 팔았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확인결과 리비아의 구입처는 국제 암시장"이라는 해명자료를 돌렸다. 일부 외교관들은 "그 사안은 현재 확인중이라는 정도면 적절했다"며 아쉬워했다.
▽한미간 인식차 = 한국정부의 우호적 생각은 한미간 정책공조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장관은 4일 청주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핵은 한국에 위협이 안된다는 당국자의 생각 때문에 한미간의 공동대처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페리 전 장관은 현재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캠프에서 활동중이다.
지난달 말 외교부의 한 고위관리는 미국을 방문해 "7·1 경제개선조치 등 개혁개방을 위한 북한의 최근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인사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북한은 핵개발로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의 처신이 북한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싸늘한 반응이었다는 후문이다.
▽정부 해명 = 안보책임자가 북한의 위협을 공개 발언하는 것은 필요이상의 위기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2002년10월 2차 북한핵 위기 이후 정부 당국자가 내놓은 전망과 진단 가운데 일부는 지나치게 장밋빛이란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올 초 청와대 고위당국자의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은 "청와대가 실제로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만, 안보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참여정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특정 사안이 터지면 외교부 통일부가 청와대에 '설명 방향을 정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청와대가 실무자의 견해와 달리 발언수위를 낮추도록 지시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한편 통일부는 정 장관의 낙관론을 업무의 특수성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외교부와 통일부는 역할이 다를 수 있다. 외교부가 한미공조에 무게를 둔다면, 통일부는 북한을 다독이며 이끌어내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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