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웅담구입 韓人 함정단속 논란

  •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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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위배되는 불공정한 함정단속이었다.”

“적법한 야생 동식물 보호 방안이었다.”

미국 버지니아주와 미 국립공원이 웅담과 산삼을 판매하는 위장 가게를 차려놓고 이를 구입하려는 재미 한인교포 수십명을 체포해 기소한 것과 관련해 재판 과정에서 ‘함정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미 당국은 2000년 7월부터 버지니아주 셰넌도어국립공원에 ‘록 딕시(Rock's Dixie)’라는 상점을 차려놓고 흑곰의 쓸개와 산삼을 판매하는 것처럼 꾸며 올 1월 이를 구입하려던 한인교포들을 야생 동식물 보호법 위반 혐의로 현장에서 붙잡는 작전을 벌였다.

특히 한인들이 보는 신문과 잡지에 ‘산삼과 야생 곰 판매’ ‘귀하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야생 동물과 말린 산삼 판매’ 등의 유인광고까지 실었다. 미 당국은 한국계 신문뿐 아니라 베트남계 신문과 지역 영어매체에도 관련 광고를 게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고가 나간 뒤 40명이 넘는 재미교포가 이 상점을 찾아 산삼과 웅담을 구입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한국계 교회 목사와 세탁소 업주 등이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세탁소를 경영하는 서모씨(59)는 유방암을 앓고 있는 부인을 위해 1200달러(약 139만원)를 주고 웅담을 사다 붙잡혔다. 그의 아들(31)은 “체포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붙잡힌 교포 중에는 서씨와 같은 영주권자가 적지 않아 유죄 판결을 받으면 강제 출국될 수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서씨의 변호인 존 홀로란은 “신문에 광고를 낸 상점을 누가 불법업소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며 “설사 불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더라도 주차위반 정도로 가볍게 여겼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상황은 교포 피의자들에게 유리하지 않다. 한 검사는 “웅담과 같은 효과를 내는 약도 있는데 왜 자연을 훼손하는가”라고 물었다. 법원도 함정단속이 불법이라는 주장을 기각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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