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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0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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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치안 허점은 이전에도 드러났다. 지난달 21일에는 리야드 폭탄테러로 14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튿날에는 지다에서 무장 세력이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다 3명이 사살됐다. 특히 29일의 인질 테러극은 스스로를 알 카에다 간부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웹 사이트를 통해 “사우디에서 도시 게릴라전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
사우디에서 테러가 빈발하는 것은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랍권의 ‘친미’로 분류되는 사우디에서 외국인, 특히 미국인과 유럽인을 대상으로 테러를 함으로써 서방세계에 강력한 경고와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공격이 있은 뒤 한 웹 사이트에는 ‘알 쿠즈 여단’이라는 단체의 이름으로 “미국 기업들을 겨냥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는 성명이 올라왔다. AP통신은 인질이었던 한 레바논 여성의 말을 인용해 테러리스트들이 인질을 이슬람교도와 비이슬람교도로 분류했으며, 이 여성이 자신을 레바논인이라고 밝히자 석방했다고 전했다.
테러리스트의 목표가 사우디의 원유시설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원유시설에 대한 테러는 곧바로 세계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얀부에 이어 이날 테러의 대상이 된 호바르도 석유산업 도시 중 하나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사우디의 석유시설을 테러 목표로 삼으면 세계경제는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도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의 석유 시설을 파괴해 무력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정부 세력이 테러조직과 연계하고 있다는 점도 사우디를 테러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왕정 종식과 민주개혁을 내세운 반정부 세력은 정부가 무력 탄압에 나서자 테러를 투쟁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갈등구조에 알 카에다가 개입하면서 갈수록 테러가 조직화 대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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