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체첸 독립투사에서 크렘린계로 변신

  • 입력 2004년 5월 10일 00시 00분


9일 폭탄테러로 사망한 아흐마드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52)은 체첸 독립을 위해 싸우던 ‘독립투사’에서 친(親)러시아 인사로 변신한 인물.

이슬람 성직자 출신으로 1994∼96년 제1차 체첸전쟁 당시 아슬란 마스하도프 현 체첸 반군 지도자와 함께 러시아 연방군에 맞서 싸워 국민적 추앙을 받았다. 그러나 제1차 전쟁 이후 체첸이 사실상 독립을 확보하고 97년 1월 마스하도프가 초대 민선 대통령에 선출된 후 99년 체첸이 인근 다게스탄을 침공한 것을 계기로 마스하도프와 결별했다.

99년 10월 러시아 연방군의 제2차 체첸 침공 이후에는 러시아에 적극 협력했으며 이를 토대로 2000년 6월 크렘린궁(宮)에 의해 체첸 대통령에 지명됐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전쟁으로 파괴된 경제 재건과 주민 납치 근절을 약속했지만 변절 행위로 멀어진 민심을 되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또 그의 아들 람잔이 이끄는 친 크렘린계 무장조직인 체첸 민병대는 체첸 전역을 돌며 부녀자 납치와 고문, 요인 암살 등 갖은 악행을 저질러 지탄의 대상이 돼 왔다.그러나 카디로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무기를 버리고 자진 투항하는 무장 세력을 사면하고 전쟁으로 파괴된 주택 보수를 서두르는 등 유화정책을 펴기도 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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