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위안부 ‘의학적 보상’ 길 열리나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37분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중 일부가 아직까지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TraumaticStress Disorder)’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의대 의학행동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연구소에서 지난해 6∼8월 조사에 동의한 위안부 생존자 26명을 상대로 심리 검사를 한 결과 조사 대상자 중 8명(30.8%)이 PTSD 환자로 진단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소는 21일 연세대 의대에서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을 상대로 한 정신의학적 조사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이 연구 결과에 따라 정치사회적 보상뿐 아니라 의학적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소는 조사를 받은 일본군 위안부 전원이 당시 반복된 성행위를 강요당했으며 구타와 감금, 굶기기, 죽음의 목격 등으로 공포에 떠는 ‘외상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또 이들이 외상과 관련된 느낌이나 대화를 피하려 했고 대부분의 경우 외상에 대한 반복적이고 고통스러운 회상과 꿈, 수면장애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이들은 또 외상과 관련된 자극을 받을 경우 보통 사람들에 비해 분노를 잘 참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한편 이번에 PTSD 증상을 보인 8명 외에도 조사 대상 위안부 전원이 과거에 이 같은 증상을 갖고 있었으며 이번 조사에서도 다양한 관련 증상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연구소측은 “PTSD 환자들과 과거 PTSD를 앓았던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이나 사회적 능력, 지지 단체나 가족의 유무 등 사회인구적인 변수들로 인해 증상의 경감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소측은 “위안부로서의 경험이 너무 심각해 다른 사회인구적인 차이를 압도했기 때문에 두 부류의 차이점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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