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 국내증시엔 호재?

  • 입력 2004년 4월 21일 17시 37분


‘미국 증시를 뒤흔든 앨런 그린스펀 의 입김이 한국에서는 이십분천하(二十分天下)?’

20일(현지시간) 금리인상을 시사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이 한국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杞憂)였다.

21일 서울증시는 전날보다 11.05포인트 오른 929.95으로 장을 마쳤다. 미국증시가 급락한 여파로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20여분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개장 초 주식을 팔던 외국인들도 순매수세로 돌아서 3000억원을 웃도는 주식을 샀다.

그린스펀 의장은 20일 “이제 디플레이션은 문제되지 않으며 은행들은 고금리에도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8월 금리인상’ 논의가 본격화됐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주식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걱정했다.

금리인상을 악재로 보는 이유는 △저금리가 촉발한 국제유동성 장세가 일단락되는 가운데 △아시아시장에 몰렸던 국제 투자자금이 미국 달러화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우려한 때문이다. 특히 금리인상으로 자본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기업실적도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도 이날 국내증시가 급등한 것은 투자자들이 ‘금리인상을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신호’로 보고 주식 매입을 더 늘렸기 때문이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경제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볼 수 있다”며 “기업이익의 증가세도 부정적인 요인을 상쇄시키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일 실적을 발표한 모토로라와 제너럴모터스 등은 대부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미국 나스닥 선물지수가 장중 8포인트 이상 급등세를 보인 점도 투자심리를 호전시킨 요인이다.

세종증권 분석에 따르면 1980∼99년 FRB가 6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했을 때 한국증시는 인상 이후 3개월간 평균 9%, 6개월 동안은 무려 33% 올랐다. 업종별로 보면 금리에 민감한 금융주는 하락폭이 컸던 반면 정보기술(IT) 업종은 6개월 내에 상승세를 회복했다. JP모건증권도 이날 “과거 미국의 금리인상 전후로 한국증시의 수익률이 좋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하지만 금리상승세가 급격하게 진행될 경우 기업실적 악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커 증시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