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獨 압박… 아랍국 외면… 美 사면초가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43분


스페인에 이어 온두라스가 이라크에서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스페인을 비난하고 중동 국가에 지원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라크전쟁에 반대했던 프랑스 독일 등은 ‘유엔 중심의 이라크 재건’ 목소리를 높이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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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 분쟁수습전문가 이라크 특파

▽고립되는 미국=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과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외무장관은 19일 베를린에서 만나 “유엔이 내놓을 새로운 결의안을 통해 정치적으로 이라크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프랑스를 방문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만나 “유엔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며 “미국은 실질적인 권한을 이라크 국민에게 하루빨리 넘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6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유엔 주도의 이라크 재건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 그러나 프랑스 독일 등은 군사적 통제권을 포함해 실질적인 주도권을 유엔이 장악해야 한다며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아랍권 국가도 부시 대통령의 이스라엘 정착촌 철수 계획 지지와 하마스 최고지도자 압델 아지즈 알란티시 표적 살해를 계기로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미국의 정책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21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과의 회동을 돌연 연기했다.

▽“철군 도미노 막자”=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신임 총리는 19일 앞으로 6∼8주 안에 철군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19일 사파테로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철군에 유감을 나타내고 “다른 동맹군 병력을 위험하게 하지 않는 방식으로 철수해 달라”고 요구했다. 파병 도미노를 막겠다는 것이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라크의 여건 변화를 감안하면 철군을 고려하는 나라들이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미국 영국 한국 일본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단속에 나섰다.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바레인을 방문해 지지를 촉구하면서 동맹관계를 다진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요르단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각국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일본 방위청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장관은 “일본 자위대의 철군 계획은 없다”면서도 “스페인의 철군 조치는 다른 파병국의 철군 도미노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온두라스는 19일 “이라크에 주둔 중인 370여명의 병력을 가능한 한 빨리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탁신 시나왓 태국 총리도 20일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해질 경우 이라크에서 철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태국은 현재 443명을 파병 중이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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