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誌 “美 국토안보부, 머리 텅빈 공룡”

  • 입력 2004년 3월 1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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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고 비효율적인 머리를 가진 관료적 프랑켄슈타인.”

시사주간지 뉴리퍼블릭은 최신호(15일자)에서 9·11테러 이후 신설된 미국 국토안보부(DHS)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잡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DHS가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역사적 과업을 환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DHS는 지난해 3월 발족했다. 재무부 산하 비밀검찰부를 비롯해 해안경비대, 국경수비대, 연방비상관리국, 교통안전국 등 22개 연방기관이 통합된 이 공룡조직에는 약 17만명이 근무한다.

▽진전 없는 핵심업무=DHS가 신설된 것은 9·11테러 이후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 각 정보기관이 갖고 있는 1차 자료를 공유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었다. 개별 기관이 그려내기 어려운 종합적인 패턴을 찾아내자는 것.

DHS 산하에 마련된 정보분석 및 인프라 보호처(IAIP)가 이 역할을 맡기로 했다. 그런데 IAIP가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TTIC라는 독립기구가 또 생겼다. 업무 중복으로 혼선을 빚다가 정보통합 업무는 결국 TTIC로 이관됐다.

12개 정부기관이 각각 관리하는 테러용의자 리스트를 통합하는 일도 긴급한 업무 중 하나. 톰 리지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해 4월 의회에서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5개월 후에는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6개월이 더 지나도 결실은 없었고 이 일은 FBI로 이관됐다.

▽2류들의 조직=인프라 시설에 대한 위기관리 업무는 여전히 IAIP에 남아있다. 그러나 진전은 없다. 위기분석전문가 등은 애초 책정된 인원의 25% 정도. 예산도 부족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 더 큰 이유다. IAIP의 국장 자리는 15개나 되지만 잇달아 고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다른 행정부에서 온 한 관리는 “B급이나 C급 수준의 팀과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CIA, FBI, 국방부, 국무부, 법무부 등 다른 행정부도 DHS를 무시한다.

▽삐걱대는 공룡조직=22개 기관이 통합되면서 생기는 마찰도 문제.

현재 DHS에는 기존 이민국(INS)과 세관이 하나의 부서(BTS)로 통합돼 있다. 업무 중복이 많기 때문. 세관직원들은 “통합 이후 비효율적인 INS시스템이 더욱 더 확산됐다”고 불평하고 INS 직원들은 세관직원들과는 말이 안 통한다고 한다. ‘양 진영’은 요원들이 차고 다니는 권총을 어떤 모델로 할 것인지 하는 문제에서까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연방응급관리소와 국내대응사무소는 업무 중복을 피하기 위해 통합을 시도했으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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