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번째 티셔츠’ 번역 배수아…"위트넘치는 성장소설"

  • 입력 2004년 2월 5일 19시 00분


소설가 배수아씨(39)가 처음으로 소설을 번역했다. 작품은 구동독 출신의 독일작가 야코프 하인(33)의 데뷔작 ‘나의 첫번째 티셔츠’(원제 ‘Mein erstes T-shirt’). 3월 중 출판사 샘터에서 출간된다.

배씨는 지난해 말 출간한 자신의 장편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에서 다섯 쪽에 걸쳐 하인과 그의 작품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기’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소설 속에서 배씨는 “이 작품은 내가 기억하는 한 밀란 쿤데라 정도를 제외한다면 가장 위트가 넘치는 책”이라고 호평했다.

배씨가 하인의 ‘사람들이…’를 접한 것은 2년 전 독일에 머물 때. 하인의 스타일과 문체에 사로잡힌 배씨는 지난해 4월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서점을 통해 그의 데뷔작인 ‘…티셔츠’를 주문했다. ‘…티셔츠’는 동독에서 자란 작가의 어린시절 풍경을 날카로운 위트를 통해 묘사한 작품이다.

“읽고 나서 바로 번역을 시작했어요. 첫 번역인 데다 정식으로 독일어를 배운 적이 없어 비웃음을 사지나 않을까 두려웠지만 번역이 끝나갈 즈음엔 그런 두려움이 사라지더군요.”

구동독의 명망 있는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크리스토프 하인의 아들인 야코프 하인은 ‘트라반트 세대’ ‘89세대’ 등으로 불리는 독일 문단의 신세대 작가군에 속한다. ‘트라반트 세대’란 동독산 자동차 이름 트라반트에서 따온 것으로 동독 출신 젊은 작가들을 가리키는 말. 이들과 대비되는 같은 세대 서독 출신 작가들은 ‘폴크스바겐 골프 세대’로 불린다. ‘트라반트 세대’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인이자 독문학자인 김광규 교수(한양대)는 “서독에서 자라난 소설가들이 포스트-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을 쓴다면, 옛 동독에 뿌리를 둔 작가들은 아직 리얼리즘에 속하는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배씨는 “하인은 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완전히 다른 두 세계에서 10대를 보냈다”며 “그런 경험이 심리적 외상(外傷)으로 남아 소설로 승화된 일종의 ‘탈(脫)분단 문학’으로 지상의 마지막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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