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대 주둔지 조사도 않고 ‘안전…주민 환영’ 보고서

  • 입력 2004년 1월 30일 19시 08분


일본 정부가 자위대 주둔 예정지인 이라크 남부 사마와의 치안상황을 조사하기도 전에 ‘현지는 비교적 안정돼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미리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정보조작 스캔들’로 번질 조짐이다.

일본 공산당의 아카미네 세이켄(赤嶺政賢) 의원은 29일 의회에서 방위청과 외무성 사이에 오간 내부문서를 제시하면서 “정부는 자위대 선발대가 현지조사를 하기도 전에 안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아카미네 의원이 제시한 문서는 ‘최신 이라크 정세와 육상자위대 파견 조정상황 등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8쪽짜리 보고서. 1월 20일 ‘방위청 운용과’에서 팩스로 발송된 뒤 다음날 ‘외무성 안전보장정책과’로부터 반송된 기록이 남아있어 방위청과 외무성이 의견을 조정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1월 20일은 현지 치안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육상자위대 선발대가 사마와에서 주지사와 시의회 의원 등을 만나기 전. 하지만 문서는 현지 주민대표들의 반응에 대해 ‘자위대 도착을 전면적으로 환영’, ‘자위대원의 신변안전 확보에 협력용의 표명’ 등으로 표현했다. 선발대가 조사를 마친 뒤 작성한 최종보고서와 거의 같은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청장관은 “처음 보는 문서”라면서도 “문서의 진위를 조사할 생각은 없다”고 군색한 답변을 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시바 장관이 조사단이 면담했다고 보고한 ‘사마와 평의회’의 존재와 면담 상대의 신분에 대해 계속 말을 바꾸자 “자위대를 대표할 자격이 없는 인물”이라며 파면을 요구했다.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가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방침을 정해놓고 현지조사를 요식행위로 했음을 드러낸 사례라고 비판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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