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BBC 이사장-사장 사임…“정부가 이라크 WMD 과장” 오보 시인

  • 입력 2004년 1월 29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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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방송의 개빈 데이비스 이사장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정보가 조작됐다’는 BBC의 보도가 오보였다는 허튼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28일 사임했다. 이어 그레그 다이크 사장도 29일 긴급 간부회의 직후 사임했다.

데이비스 이사장은 사임성명에서 “판관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일단 판결이 내려지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조사위원회가 증거를 균형 있게 검토하지 않았으며 검증되지 않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함으로써 언론자유를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허튼 보고서는 이날 “‘영국 정부가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라크의 WMD 위험성을 일부러 부풀렸다’는 BBC의 보도는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결론지었다. 또 “BBC가 오보를 내는 과정을 통제하지 못했으며 정부의 항의가 있은 뒤에도 바로잡지 못하는 등 보도 시스템에 결함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되자 가디언 등 영국의 주요 일간지들은 “토니 블레어 정권의 손을 들어준 허튼 보고서가 국민으로부터 광범위한 불신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전국기자연맹도 “BBC 방송의 보도를 근거없다고 밝힌 허튼 경의 견해는 언론을 전혀 모르는 잘못된 판단이며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반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블레어 영국 총리는 보고서가 나온 직후 BBC 방송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BBC의 앤드루 길리건 기자는 지난해 5월 29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정부는 이라크가 45분 이내에 WMD를 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보기관 보고서에 삽입토록 지시하는 등 정보를 조작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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