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국인 강제연행 실태' 은폐

  • 입력 2003년 12월 24일 14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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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중국인 강제연행 실태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도 이를 은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외무성이 최근 공개한 1950~60년대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946년 3월 자국 내에 강제 연행된 중국인에 관한 실태조사를 전국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135개 사업소에 약 4만 명이 강제 연행돼 중노동에 종사했던 사실을 확인했으며 사망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인 등을 기록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48년 2월 이후 연합군사령부(GHQ)가 "중국인 연행자를 고용한 기업이 보유중인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하라"고 요구했을 때 이 자료를 내지 않았다. 연합군사령부는 일본에 48년 11월15일까지 제출하도록 시한을 주었으나 일본은 별로 관련이 없는 자료만 1 트럭분을 보냈을 뿐 실태 보고서는 은폐했다.

일본 외무성이 이를 은폐한 것은 강제연행 실태가 드러나면 관련자들이 전범으로 처벌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4일 분석했다.

도쿄 전범재판 때 중국인 강제연행에 관련된 재판은 하급책임자를 상대로 한 2건에 불과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1953~54년 도쿄에서 개최된 미일 상호방위원조(MDA) 협정 체결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도록 요구했을 때 '위헌' '야당 반대'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미국은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 헌장에도 규정되어 있으며 미국의 원조는 일본이 주권국가로서 집단적 자위권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을 압박했다. 하지만 패전 뒤 경제 재건에 매진하고 있던 일본은 거액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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