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의 월가리포트]美대선 의식 弱달러 전환?

  • 입력 2003년 10월 8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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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값이 또 떨어졌다. 달러당 엔화환율은 110엔 이하로 떨어져 거의 3년 만의 최저수준에 있다. 달러값 하락은 지난달 두바이에서 열린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나온 ‘보다 유연한 환율’을 촉구하는 성명이 미국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시작됐다. 보름 남짓한 기간에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6.7%, 엔화에 대해 6.1% 하락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환율 움직임을 정치경제학으로 해석한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결과라고 풀이한다. 미국 경제의 회복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어 국제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고 수입이 급증하다 보니 경상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이대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한 달러’ 정책이 ‘약한 달러’ 정책으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1995년 플라자 합의처럼 달러화에 대한 대대적인 합의가 아직껏 없다는 점. 달러 약세 흐름이 한동안 이어진 뒤에야 G7 회의 멤버 가운데서도 “성명의 해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 이사인 에른스트 벨테케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7일 “시장은 두바이 성명이 의도한 대로 해석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도 그중 하나다.

이들의 주장은 G7 성명이 중국과 일본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유로화와 달러화에 대해 두 나라 화폐가치를 절상시키라는 압력이었다는 것이다. 중국 위안화는 달러화에 고정돼 있고 일본이 급격한 엔화 절상을 막기 위해 올 들어서만 13조엔을 쏟아부었던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의 말대로 ‘시장여건에 따라 결과적으로 달러화가 약세가 될 수도’ 있다는 것과 약한 달러를 지향한다는 것은 별개라는 것이다. 우리에겐 달러 약세-원화 강세라는 점에서 결과가 같겠지만.

달러, 유로, 엔과 위안의 환율전쟁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는 일본의 움직임. 110엔 선을 지키지 않은 것과 관련해 외환전문가 데이비드 길모어는 “시장개입으로 버텨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며 유럽과 미국이 곱지 않게 본다는 점을 일본도 알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자국 경제 살리기를 위한 ‘약한 달러’ 정책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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