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알면 韓美현안 해법이 보인다"

  • 입력 2003년 10월 1일 18시 10분


미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학술 연구서가 잇따라 출간됐다. 출판사 ‘살림’에서 나온 ‘미국학’과 ‘오름’이 펴낸 ‘전환기 미국 정치의 변화와 지속성’이 그것. 한미 관계의 현실적 중요도에 비해 미국에 관한 전문 연구서적이 부족한 실정에서 나온 책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학’은 1965년 창설된 국내 최고(最古)의 미국학 연구학회인 ‘한국아메리카학회’ 회원 13명이 공동집필한 미국학 개론서. 연구 분야가 서로 다른 교수들이 학제간 접근을 통해 미국 사회 전반을 조명했다.

모두 4부로 나뉘며 1부 ‘역사와 지리적 조건’에서는 미국의 지리적 조건과 역사를 개관하고, 2부 ‘지적 전통과 정신’에서는 랠프 월도 에머슨, 존 듀이 등 사상가를 중심으로 미국 지적(知的) 전통의 형성사와 미국 문학, 실용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다뤘다. 3부는 ‘미국학 4중주’란 소제목 하에 미국의 정치 외교 경제 언론 제도의 특징을 묶었고, 4부 ‘사회와 인간’에서는 이민, 인종, 여성문제 등을 언급했다.

미국학은 미국 내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세계의 강국으로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인 1920년대 ‘국학’의 형태로 시작됐으며 300개가 넘는 대학에서 단독학과나 프로그램 형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학계에서는 1960년대 미국문학과 미국사 전공자를 중심으로 미국학 연구가 시작됐고 현재 계명대 대진대 평택대 한신대 등에 미국학과가 있다.

‘미국학’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김형인 한국외국어대 외국학종합연구센터 대우교수는 “미국학이란 분야가 태생적으로 학제적 학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미국학적인 방식으로 서술된 저서”라며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국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전환기…’는 주제를 미국 정치에 국한해 미국의 정치제도와 외교 전략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가 상술한 학술서다. 저자는 신욱희(서울대 외교학과) 남궁곤(경희대 정외과) 교수 등 미국정치연구회 회원 11명.

연방대법원이 미국 사회의 통치 기제로서 수행하는 역할을 동성애자 이슈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인종 차별 보상정책이 연방공무원 임용과정에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 수치로 실증하는 등 현실문제와 맞닿은 다양한 제도 분석이 흥미롭다.

2000년 미국 대선 자료를 이용해 ‘인터넷과 정치 참여’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대목은 국내 선거 문화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은 TV를 통한 정치 정보의 증가가 정치참여를 끌어내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한 정보 제공 자체가 정치참여의 확대로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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