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혹한 경작중단 조치 농민 연쇄자살 충격

  • 입력 2003년 8월 14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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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주의적 행정이 낳은 비극적인 농민 연쇄 자살사건에 중국인들이 통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13일 산시(陝西)성 안캉(安康)시 퉁무(桐木)향 융취안(涌泉)촌에서 지난달 닷새 동안 연이어 발생한 리리원(李立文·56) 리샹(李祥·31) 천인푸(陳音富·32) 등 농민 3명의 자살 및 자살기도 사건에 얽힌 안타까운 사연을 고발했다.

융취안촌 제2소조의 리리원은 수십 년 동안 2무(畝·1무는 약 200평)의 땅을 경작하며 살아왔다. 아내는 농아에다 정신박약이고, 외아들은 가난을 견디다 못해 외지로 막노동을 나갔다.

그의 땅은 1999년 사막화를 막기 위해 당국이 서북부 지방에 실시한 퇴경환림(退耕還林·경작을 중단하고 나무를 심는 정책) 지역에 포함됐다. 하지만 그는 그 땅에 뽕나무를 심고, 식량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고랑에는 콩과 고구마를 심었다.

비극은 7월 퉁무향 정부가 감찰조를 편성, 산하 6개 촌에 파견하면서 시작됐다. 리리안의 불법 경작 사실을 적발한 향 정부는 퇴경환림 농민에게 지급하는 생활보조금을 중단하고 560위안(약 8만4000원)의 벌금을 매겼다.

일년 소득이 200위안(약 3만원)도 안 되는 그는 벌금을 갚을 도리가 없어 11일 농약을 먹었으나 이웃의 도움으로 목숨은 건졌다. 돈이 없던 그는 농약마저 외상으로 산 것으로 밝혀졌다.

이틀 뒤인 13일에는 융취안촌 제3소조 조장인 리샹이 농약을 먹고 자살했다. 리샹은 향 정부 관리들과 함께 위반 사실을 적발해야할 처지였다. 그러나 촌민들로부터 현지 실정을 잘 얘기해달라고 부탁받은 반면 향 정부 관리들의 태도가 완강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자살을 택했다.

천인푸는 리샹에게 현지 실정을 호소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죄로 15일 파출소에 연행돼 7시간이 넘게 구타를 당하는 등 가혹한 조사를 받고 귀가한 직후 자살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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