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7년째 복역 로버트김 ‘마지막 소망’ 서신

  • 입력 2003년 7월 27일 18시 32분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로버트 김 후원회 발족식에서 이웅진 후원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로버트 김씨의 부인 장명희씨(왼쪽에서 세번째)가 김씨에게 전해줄 사랑의 종이학을 행사 참석자들로부터 받고 있다. -권주훈기자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로버트 김 후원회 발족식에서 이웅진 후원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로버트 김씨의 부인 장명희씨(왼쪽에서 세번째)가 김씨에게 전해줄 사랑의 종이학을 행사 참석자들로부터 받고 있다. -권주훈기자
“현재 90세인 아버님이 병환으로 위독하신데 소원이 있다면 장남으로서 생전에 아버님을 한번 뵙고 불효를 비는 것뿐입니다.”

미국 군사기밀을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 무관에게 건넨 혐의로 1996년 9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징역 9년을 선고받고 7년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앨런우드 연방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63). 그는 자신의 후원회 발족식을 앞두고 후원회측에 이 같은 소망을 담은 서신을 전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로버트 김 후원회 발족식은 김씨가 한국 사회에서 ‘잊혀진 존재’가 아님을 보여줬다.

97년과 99년 각각 결성된 로버트 김 구명위원회와 석방위원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의미를 갖는 이날 후원회 발족식에는 김씨의 부인 장명희씨(60)와 동생 김성곤 국립중앙청소년 수련원장 등 가족과 친지, 유재건 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들과 변호사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부인 장씨는 남편 김씨를 대신해 후원회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서신을 낭독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김씨는 이 서신에서 “교도소에서 수많은 격려 편지와 사랑의 선물을 받았다”며 “어떻게 보답할지 기약할 수 없으나 하나님께서 잊지 않고 꼭 갚아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로버트 김 사건 당시 그에게서 정보를 받은 당사자였던 백동일씨(55·예비역 해군대령)는 김씨와 정보교류를 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김 선생은 죄질보다 무거운 형기를 받고 복역 중”이라며 “김 선생이 전해준 대북관련 정보는 정책수립에 많은 도움이 됐으며, 김 선생은 조국을 위해 희생당하신 분”이라고 울먹였다.

후원회는 앞으로 김씨와 김씨의 가족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쪽에 초점을 두고 활동할 계획이다.

이웅진 후원회장(38·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은 “후원회는 구호성, 선심성 행사를 배제하고 김씨가 석방된 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활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후원회는 이와 함께 김씨의 보호감찰기간을 감형 받을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다.

로버트 김은 9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성실한 복역생활로 모범수로 인정받아 형량의 15%가 감형돼 2004년 7월 27일 출소할 예정. 그러나 출소를 해도 보호감찰기간(3년)에는 미국을 떠날 수 없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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