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美주도 국제질서 반대”…中-러 정상회담서

  • 입력 2003년 5월 2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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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27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다짐했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 이라크전 이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를 읽게 했다.

두 정상은 3시간여 동안의 단독 및 확대 회담을 마친 후 서명한 공동선언을 통해 “이라크전이 국제사회에 준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라크의 주권과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공동선언은 또 국제문제의 해결을 위한 유엔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하며 국제법에 기초한 다극화되고 공정하고 민주적인 세계 질서를 위해 양국이 공동 노력키로 했다.

이는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없이 동맹국들과 함께 이라크를 일방적으로 침공한 데 대한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또 “국제 분쟁은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해야 하며 다양한 발전 모델이 보장돼야 한다”며 이라크 등에서 ‘미국식 질서’를 이식하려는 미국의 시도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그 밖에 양국 정상은 러시아 동(東)시베리아 원유의 중국 공급을 위한 앙가르스크-다칭(大慶)송유관 건설 사업 등 에너지 분야 협력과 교역 확대 방안, 군사기술 협력 등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은 절정의 관계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후 주석도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적극 지원키로 약속했다.

두 정상은 후 주석이 부주석이던 2001년 처음 대면한 후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다.

3월 국가주석 공식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나선 후 주석은 러시아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가진 후 프랑스와 카자흐스탄 몽골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어서 처음으로 국제무대에서 외교력을 시험받게 됐다.

러시아와 중국은 2001년 중-러 선린·우호·협력 협정 체결 후 급속히 가까워져 2001년 100억달러였던 교역량이 지난해에는 120억달러로 늘어났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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