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제2의 에비타' 나오나

  • 입력 2003년 5월 16일 18시 58분


‘제2의 에비타(에바 페론)가 나올 것인가.’

아르헨티나 대선이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산타크루스 주지사의 당선으로 일단락되면서 새로운 대통령부인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키르츠네르 당선자의 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여사가 상원의원이자 글래머에 날카로운 언변을 겸비한 ‘제2의 에비타’ 혹은 ‘아르헨의 힐러리’라는 별명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 의원은 남편이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인 15일(현지시간) TV 토크쇼에 남편과 함께 출연해 “나는 얼굴을 보이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분명히 밝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해 향후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할 것임을 내비쳤다.

상원에서 페르난데스 의원은 개성이 강한 ‘전투적’ 의원으로 통한다. 남편이 12년간 주지사를 지낸 산타크루스주에서도 ‘파타고니아 지방의 표범’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한 번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쉽사리 놓지 않는 열띤 연설가다. 지난해엔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일부 대법원 판사의 탄핵을 추진하기도 했다.

과거 1940, 50년대 강인한 열정으로 노동 자선 보건 분야에 뛰어들어 노동자들의 천국을 만들고자 했던 에비타와 마찬가지로 그는 아내와 어머니역에 만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치평론가들은 페르난데스 의원이 남편과의 정치적 동지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앞으로 남편의 국정수행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페르난데스 의원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남편의 당선이 확정된 후 “국가를 통치할 사람은 남편이지 내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키르츠네르 당선자가 계획하는 정책이 무엇인가’라는 우회성 질문에도 “역할을 혼동하지 말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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