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戰後 이라크의 미래는 이라크人이 결정해야”

  • 입력 2003년 4월 21일 02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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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82)는 20일 부활절 메시지(우르비)에서 이라크인의 ‘자결(自決)’과 세계 평화를 전세계에 설파했다.

교황은 이날 비바람에도 불구하고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6만여 신자들의 환호를 받아가며 전후 이라크의 미래는 그들 스스로가 결정해야 하며 국제 사회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동 유혈분쟁 등 관심에서 멀어진 ‘잊혀진 전쟁’을 비난했다.

교황이 언급한 ‘국제 사회’는 바티칸 외교계에서는 대체로 유엔을 지칭한다.

한편 교황은 “인류의 발전을 위협하는 증오와 테러의 고리를 끊자”며 “잊혀진 전쟁과 적대가 침묵과 태만 속에 희생을 낳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믿음 속에 낙관주의를 되찾자”며 “인류의 지평이 아무리 어두워 보일지라도 오늘 우리는 부활절 환희의 반짝이는 승리를 찬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19일 밤 3시간 동안 부활절 전야 철야행사를 주재하고 잠시 휴식한 뒤 이날 미사를 집전한 탓에 창백하고 피곤해 보였으며 하품을 하거나 손으로 머리를 흔들기도 했다.

한편 영국에서도 성직자들의 부활절 설교는 이라크 문제가 초점이 됐다. 요크 주교인 데이비드 호프는 미국과 영국에 이라크 재건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이날 바그다드에서는 수천명의 이라크 기독교인들이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처음으로 교회에 몰려들어 미군의 점령을 예수 그리스도의 시련(십자가에 못박힘)에 비유하는 설교를 들었다. 바그다드 중심부에 있는 성당 신부인 부트로스 하다드는 “이라크는 미군의 침공과 함께 최근 몇주 동안 분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수백명의 신도들에게 설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라크는 예수가 부활한 것처럼 다시 태어날 것”이라며 “언제나 부활은 분노 끝에, 기쁨은 고통 뒤에 온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내 50여만명의 기독교인들은 후세인 정권에서도 종교 박해를 거의 받지 않았으며 성직자들은 미영 연합군의 침공을 반대했다.

바티칸시티·바그다드=AP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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