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英 언론 "후세인 폭격직전 탈출"

  • 입력 2003년 4월 9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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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미군의 ‘족집게 폭격’으로 사망설이 돌았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생존설이 하루 만에 고개를 들고 있다. 사망설은 미국 언론이 제기했으나, 생존설을 보도한 것은 영국 언론들이었다.

미군이 후세인 대통령이 있다고 추정되는 바그다드 시내 만수르 지역 건물에 폭격을 가한 직후 미 언론은 “후세인이 두 아들과 함께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9일 영국 주요 일간지들은 일제히 후세인의 생존설을 보도했다.

가디언은 영국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폭격 당시 후세인이 그 건물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후세인이 만수르의 건물에서 장남 우다이와 차남 쿠사이, 그리고 이라크 고위 관료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는 정보는 서로 다른 세 갈래의 소식통으로부터 얻은 것”이라며 “정보기관에서는 후세인이 폭격이 이루어지기 직전까지 이 건물에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더 타임스도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미 중앙정보국(CIA)에 미군의 폭격 직전 후세인이 공격 목표였던 건물에서 빠져나갔다고 통보했다”며 “후세인이 지하터널로 빠져나갔는지 자동차로 빠져나갔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후세인이 만수르의 건물에서 회의를 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지 45분 만에 공격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은 자신의 사망설이 나돌 때마다 이라크 TV에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함을 과시해 왔으나 7일 공습 이후로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8일 이라크 국영TV는 후세인이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있는 자료화면을 내보냈으며 오전 방송을 끝으로 방송을 중단했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만수르 일대는 아직 집권 바트당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이 지역을 장악해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는 데에는 며칠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라크 쿠르드족 신문인 쿠르디스타니 누에는 8일 “후세인과 두 아들이 바그다드 북쪽에 있는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로 숨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집트 통신사인 MENA는 “후세인이 북쪽 모술에 도착했다”고 보도해 후세인 대통령의 생존 여부와 함께 거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은 자신의 행방을 차남인 쿠사이와 경호대장 등 단 두 사람에게만 알리며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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