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후세인 제거 작전' 성공할까

  • 입력 2003년 4월 7일 18시 53분


미군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사진)을 사살, 생포할 수 있을까. 미군이 7일 이라크 바그다드 중심부까지 깊숙이 진격하면서 후세인 대통령의 거취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그다드 시내의 대통령궁은 ‘7·14 다리’ 옆 본궁을 비롯해 모두 6군데. 미군은 이날 최소한 3군데를 급습했다. 이는 후세인 대통령의 행적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한 이라크 지배자인 후세인 대통령의 상징물들을 타격, 훼손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군이 후세인 대통령을 사살, 생포하기 위해서는 우선 2명의 요인을 체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한 사람은 대통령 경호대장이자 개인비서인 아베드 하메드 흐무드. 후세인 대통령과 같은 티크리트 출신으로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다.

다른 한 사람은 후세인 대통령의 차남이자 공화국수비대 사령관인 쿠사이. AP통신은 수년 동안 후세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일하다 최근 유럽으로 망명한 전 이라크 고위관리의 말을 빌려 7일 이같이 전했다. 따라서 미군은 공화국수비대 지휘부나 대통령 경호대 본부를 급습해 두 사람 중 1명을 생포하거나 이들의 소재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후세인 대통령의 장남인 우다이의 개인비서로 일하다 95년 요르단으로 망명한 압바스 알 자나비는 미군이 후세인 대통령의 소재지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기나긴 ‘지하 작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세인 대통령의 지하 벙커들 가운데 하나는 바그다드에 산재한 6개의 대통령궁과 여러 지하통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지하통로는 시내 곳곳으로 출구를 내고 있다는 것. 총연장 100㎞가 넘는 이들 통로 중에는 당초 지하철 통로로 만든 것도 있다. 자금 부족으로 지하철을 개통할 수 없게 되자 후세인 대통령의 개인 대피로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후세인 대통령이 4일 바그다드 시내의 누만 카페 앞 가도에 돌연히 등장했다가 사라진 것도 이 같은 대피로를 통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직 후세인 대통령의 측근 한 사람은 91년 걸프전 당시 후세인 대통령이 전통적인 아랍 복장을 한 채 바그다드 근처 서너 군데의 개인 주택을 돌며 은신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AP통신이 전했다. 지상으로 이동할 때는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낡은 택시나 트럭을 이용했다는 것.

이 때문에 미군은 아직 베일에 가린 지하통로는 물론 바그다드 안팎의 수백만 가호를 일일이 뒤지지 않으면 그를 생포하는 데 실패할 수도 있다. 미군이 9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오사마 빈 라덴을 잡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후세인 제거’가 쉽지 않음을 말해준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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