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戰雲]쿠웨이트의 韓人들 "생화학테러 겁나"

  • 입력 2003년 3월 14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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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불과 5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 쿠웨이트 북부 유전지대 라와다탄.

지금도 원유집수장과 가압장 복구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시공자는 SK건설. 2억4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이 현장에 가기 위해서는 무수한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 지금은 현장 근로자 외에는 출입을 하지 못한다.

쿠웨이트의 최대 정유공장이 있는 아흐마디 인근에선 새 항만공사가 한창이다. 현대건설이 3억2000만달러에 수주한 공사.

모두 이라크가 보복 공격할 경우 주요 목표물이 될 대상들이다. 하지만 발주처인 쿠웨이트측이 공사중단을 통보하기 전까지는 공사를 계속해야 한다.

권오식 현대건설 지사장은 “계약에 불가항력적 조항이 있어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는 일방적으로 공사를 중단할 수 있지만 발주처와의 신뢰 문제, 그리고 전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일본 기술자들은 모두 철수했다.

현대건설에는 모두 98명의 한국인이 일하고 있다. 권 지사장은 “곧 본진이 철수하게 될 것”이라며 “현장소장과 나는 전쟁이 발발해도 일단 잔류해 상황을 주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성환 SK건설 지사장은 “현지 고용인 600명과 한국인 60명 등을 비상탈출시키는 계획을 수립해 놓았지만 나를 포함해 6명은 잔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낳을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주 쿠웨이트 한인회 간부들이 쿠웨이트 지도를 보면서 교민 철수 루트를 점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준 한인회장, 유재성 고문, 최길웅 고문. -쿠웨이트=김동주특파원

조 지사장은 “쿠웨이트의 주가가 지난해 10월에 비해 30%나 상승했다”면서 “건설 시멘트 수송 통신주가 상승을 주도해 전후 이라크 복구사업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가 3억달러에 수주한 아흐마디 정유공장 복구공사 현장에서 전기시공담당 부장으로 일하는 한근배씨(50)는 중동 건설현장에서만 30년을 일해온 베테랑. 그는 “현장소장의 지휘 아래 동요 없이 일하고 있다”며 “오히려 서울에 돌아간 가족들이 너무 걱정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교민들도 마찬가지. 김동준 한인회장(48)은 “쿠웨이트에서 공항이 폐쇄된다든지 야간통행금지가 실시된다든지 하는 루머성 기사가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73년에 이곳에 온 유재성씨(63)는 “91년 걸프전을 겪었지만 이번은 그때보다 위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라크의 무차별 폭격보다는 몰래 잠입한 테러리스트의 생화학탄 투척. 교민들은 1단계 솔개, 2단계 부엉이, 3단계 독수리, 4단계 기러기로 나눠 비상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지금은 솔개 상황.

최조영 주쿠웨이트 대사는 “교민들은 공항까지 폐쇄될 경우에 대비해 쿠웨이트시 남쪽 30㎞ 지점에 있는 미나 압둘라에 비상집결해 버스 5대에 나눠 타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사는 “무엇보다 개전 시기에 관한 정보수집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48시간 전에는 통보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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