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든이’와 ‘자두’ 사건으로 본 정의란 무엇인가[콜린 마샬 한국 블로그]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0일 23시 03분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서점과 지인의 집에서 자주 봤던 마이클 샌델의 스테디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를 최근 읽게 됐다.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한국과 내 모국인 미국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이 ‘정의’의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사건이었다. 형벌이 과한지, 아니면 정당한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판결이었다. 또 다른 사건은 한 지상파 방송에서 최근 방영된 ‘여수 4개월 영아 사망 사건’의 정황이었다. 해당 영아는 욕조에서 익사한 채 발견됐다.

잘 알려져 있듯 ‘해든’(가명)이라 불리는 그 아기는 사망 전 어머니로부터 심한 학대를 당했고, 그 장면은 홈캠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소식은 온 나라에 충격을 안겼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끔찍한 사건이었다. 해든이와 같은 나이의 쌍둥이를 둔 아버지인 나로서는 그러한 학대를 저지른 부모가 사형을 받더라도 너무 관대한 처벌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어떤 결과가 가장 옳은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정의란 무엇일까.

해든이의 부모에게 유죄가 인정된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에게 처벌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 질문을 떠올리다 보면 지난해 9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또 다른 사건이 생각난다. 돌을 며칠 앞둔 남자아이 하비는 해든이와 마찬가지로 숨을 쉬지 않는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왔다. 하비는 끝내 병원에서 숨졌고, 조사 결과 어린이집 직원이 별다른 이유 없이 일부러 그를 질식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18세였던 이 직원은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얻기 위해 파괴적이고 비사교적인 행동을 보이는 성향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 사회의 부끄러운 특징 가운데 하나는 폭력 범죄가 비교적 많다는 점이다. 더구나 미국인들 스스로 그 문제의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는 데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잘 인정되지 않는 사실 중 하나는 폭력 범죄자 중 지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감정과 충동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판단력이 떨어져 폭력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하비의 살인자를 처벌하는 일은 어쩌면 야생 동물을 처벌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홈캠에 학대 장면이 고스란히 찍힌 채 결국 자기 아기를 죽음에 이르게 한 해든이 부모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들 범죄자 가운데 상당수는 자전거를 훔친 젊은이와는 달리 갱생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 역시 많은 미국인이 마주하기를 꺼리는 문제다. 그러나 나는 범죄자 개인보다 그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더 주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샌델에 따르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하나의 철학이 정해 알려줄 수는 없다. 대신 그 사회에 속한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토론해야 한다. 결국 그 사회가 어떤 사람을 받아들이고 또 어떤 사람을 거부할 것인지라는 질문 역시 피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회에 이로울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람을 배제해야 할 때도 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죽인 직원이나 자기 아이를 학대한 부모가 분명한 예일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덜 주목받은 사건에서도 그런 문제는 드러난다. 서울 신촌에 살던 나는 경의선숲길을 걸을 때마다 자주 지나치던 술집에서 살던 ‘자두’라는 고양이를 기억한다. 어느 날 그 고양이가 갑자기 사라졌다. 이후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자두가 난폭하게 살해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해자는 결국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은 그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다.

물론 법적으로 고양이를 죽이는 행위는 사람을 죽이는 것만큼 중대한 범죄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사람이 사회에 이로울 수 없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나는 하비의 살인자나 해든이의 학대자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해도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외신도 보도했듯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 전 대통령의 범죄 역시 매우 중대하다. 하지만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조차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두의 살해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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