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네바다州 방사능폐기물 7만톤 매립예정지

  • 입력 2003년 2월 11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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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년 뒤의 후손들에게 방사능 폐기물이 묻힌 장소를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서기 1만2003년, 미국 네바다주의 후손들에게 ‘이곳은 1만년 전 방사능 폐기물을 묻은 장소’라고 알려줄 묘안을 찾기 위해 과학자 예술가 당국자 인류학자들이 고심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0일 전했다.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석조 조형물(피라미드)이 4000년, 가장 오래된 문자(산스크리트)도 기껏 7000년밖에 안 됐는데, 1만년이나 건재할 표지를 무슨 수로 만들 것인가.

지난해 미국 의회는 네바다주 유카산(山)을 고준위 핵폐기물(핵연료 찌꺼기) 매립장터로 결정했다. 여기에 미국 31개 주의 민간 원자로에 임시 보관 중인 고준위 폐기물을 영구 저장하게 된다. 핵폐기물은 방사능 오염 강도 등에 따라 고·중·저준위로 나뉘는데 고준위는 현재 제대로 처리하는 나라가 없다.

방사능 피해는 수만년간 지속된다. 이에 따라 1만년 뒤의 후손이 실수로 폐기물을 파헤치지 못하도록 표시할 방법을 2004년 말까지 제출해야 매립장 허가를 내준다는 게 미 핵규제위원회(NRC)의 방침. 매립장이 건립되면 300년간 약 7만t의 고준위 핵폐기물이 이곳에 버려진 뒤 영구히 봉해진다. 7만t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수십만개에 해당하는 분량.

지난 20년간 기발한 제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전자를 조작해 유카산에 있는 나무들이 모조리 음산한 푸른빛을 띠게 하자거나, 매립장 주변에 거대한 도랑을 파자는 등. 괜히 궁금증을 유발해 땅을 파보지 않도록 아예 아무 표지도 하지 말자거나, 유카산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보석이 묻혔다는 표지를 함으로써 다른 곳으로 유인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그러나 전쟁이나 지각변동, 운석과의 충돌 등 1만년 안에 생길지도 모르는 모든 일들을 견뎌낼 표지를 만들 뾰족한 안은 여전히 없는 상태다.

라스베이거스 사막우주재단의 조수아 애비 이사는 “어떤 방법이 됐든 우리 세대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는 표지가 아니라, 치명적인 실수를 새기는 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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