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법원 "원폭 피해자는 어디 있어도 피해자"

  • 입력 2002년 12월 6일 13시 52분


일본 오사카(大阪)고등법원은 제2차세계대전 때 원폭 피해자로 현재 일본 밖에 거주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일본내 거주자와 마찬가지로 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5일 판결했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전했다.

오사카 고법은 한국인 징병자로 21세 때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본 곽귀훈씨(郭貴勳·78·전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폭 피해자는 어디를 가도 원폭 피해자'라는 취지로 이씨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곽씨는 판결후 "상식에 합당한 판결이며 일본의 사법정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피폭자 원호법'은 피폭자에 대한 무상의료와 조혈(造血)장애, 간장 기능장애 등의 경우 건강관리수당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외국 거주 피폭자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해방후 귀국한 곽씨는 1998년 5월 치료차 도일, 오사카부(府)로부터 월 3만4000엔(약34만원)의 수당을 5년간 받을 자격을 인정받았으나 이해 7월 귀국하면서 수당지급이 중단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곽씨가 지난해 6월 1심에서 승소한데 이어 이날 2심에서도 승소함에 따라 관련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렇게 될 경우 곽씨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 외 거주 피폭자들도 향후 지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작년 12월 나가사키(長崎)지법에서도 한국인 원폭 피해자 이강녕씨(李康寧·75)가 유사한 소송에서 이긴 바 있으며 현재 후쿠오카(福岡)고법에 계류중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현재 일본 밖에 거주하는 원폭 피해자는 한국 2200명, 북한 900명, 북남미 1300명 등 약 5000명으로 추산된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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