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세계 박람회 유치]유럽 회원국 표 몰아줘

  • 입력 2002년 12월 4일 18시 00분


“오늘 우리는 잠을 못 이루지만 너무나 행복하다.”

3일 밤 세계박람회 유치 소식을 접한 상하이(上海)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상하이 밤하늘은 폭죽으로 뒤덮였다. 13억 중국인들도 TV로 생중계된 상하이 현지 표정을 지켜보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상하이시는 3일 오후 11시부터 4일 오전 2시까지 3시간 동안 시내 중심지 난징(南京)로의 스지(世紀)광장에 야외 특설무대를 마련해 심야 축하공연을 펼쳤다. 관영 CCTV는 이 모습을 위성 생중계로 전국에 방영했으며, 상하이 문회보(文匯報)는 호외까지 발행했다. 상하이 명문 푸단(復旦)대 학생들과 세계박람회 개최 장소인 저우자두(周家渡) 주민들도 일제히 거리로 몰려나와 자축 행사를 가졌다.

○…당초 한국의 우세를 예상했던 세계박람회 투표가 상하이로 역전된 것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한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들이 거대 시장인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표를 몰아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상하이 세계박람회 후원기업단’에는 다국적 기업 44개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상하이가 중국 개혁 개방의 상징적 도시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반면 여수는 인지도 측면에서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 또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세계박람회 유치를 국가 제1 과제로 선포하면서 외교력을 총동원한 반면 한국은 대선 정국이 겹치면서 국민적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 것도 패인으로 꼽히고 있다.

○…투표 전날인 2일 장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의 베이징(北京) 정상회담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 유치단의 한 관계자는 “막판에 러시아 지지국들이 중국 쪽으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말해 두 정상이 어떤 형태로든 이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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