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항, 승객표정 검색…자유위협 논란

  • 입력 2002년 8월 16일 15시 09분


유난히 입술이 마르거나 손을 떠는 사람, 목소리가 경직돼 있거나 상대방의 눈을 제대로 못보고 말하는 사람….

이같은 행동을 보이는 이들은 앞으로 미국 공항에서 집중적인 검문검색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나 표정 등 '거동이 수상한' 여행객들이 미국 공항에서 집중적인 검문 검색의 대상이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9·11테러 이후 미 연방수사국(FBI)은 신입요원들을 상대로 의심쩍은 공항 이용객들의 거동을 분석하는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이달부터 200여명의 매사추세츠주 경찰관들은 보스턴 로겐 공항에서 탑승객들의 표정 및 거동을 살펴 검문검색을 실시하는 현장 훈련에 돌입했다.

공항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작년에 개설된 미 연방교통안전국(TSA)도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어 이같은 움직임은 미 전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이 신문은 전망했다.

순간적인 표정으로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표정코딩시스템(FACS)을 개발한 캘리포니아주립 샌프란시스코대(UCSF)의 심리학자 폴 에크만 박사는 "0.2초 정도의 짧은 순간 나타나는 표정들은 상대방의 실제 심리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며 "이는 감정의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안면 근육을 뇌에서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프레드릭 로렌스 보스턴 법대 교수는 "우리 사회의 자유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조만간 이로 인한 사생활 침해 소송 소식이 들려올 것이 뻔하다"고 비난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인 잭 데빈도 "이같은 검문검색에 대비, 테러리스트들은 철저한 표정 및 행동 관리 대처법을 배울 것"이라며 "일반인들만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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