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장관 오닐 失言 외교마찰로 번져

  • 입력 2002년 7월 31일 18시 26분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아온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사진)의 돌출 발언이 마침내 외교 마찰로까지 비화됐다.

30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오닐 장관이 경제난을 겪고 있는 브라질 금융지원에 대해 실언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페르난두 엔리케 카르도수 브라질 대통령은 2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의 뜻을 전했다. 셀소 라퍼 브라질 외무장관도 브라질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 엄중 항의했다.

오닐 장관은 28일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질 지원금이 국외로 유출돼 스위스 비밀은행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만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정부가 화난 것은 오닐 장관의 발언이 브라질 지도층의 부패로 인한 지원금 전용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

파문이 일자 미셸 데이비스 재무차관은 29일 “장관의 발언은 브라질 정부의 부패를 암시한 것이 아니라 지원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외국자본 유출이 계속될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악관도 30일 “미국은 브라질의 경제 관리 시스템을 신뢰한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오닐 장관 발언의 여파로 레알화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급락하는 등 브라질 외환시장은 요동쳤다.

오닐 장관은 과거 여러 차례 돌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지난달엔 구체적인 개혁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부패한 경영인들은 공개 처형시켜야 한다”는 극단 발언으로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가 하면 3월에는 “부시 대통령의 수입철강 관세부과 조치는 미국의 이익에 배치된다”고 했다가 부랴부랴 발언을 거둬들이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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