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얼버무린 해명 의혹증폭 "아직도 구체내용 파악 못했다"

  • 입력 2002년 7월 9일 19시 22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8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부시 대통령과 하켄에너지사(社)의 관계였다. 회견에서 나온 33개의 질문 중 22개가 이 대목에 집중됐다.

부시 대통령은 89년 자신이 이사로 있던 하켄의 주가폭락 직전 85만달러어치의 주식을 매각하고 이를 8개월 늦게 신고한 데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얼버무렸다.

이 같은 부시 대통령의 답변은 완전 결백을 주장하던 며칠 전 태도와는 크게 다른 것. 뉴욕타임스는 9일 “부시 대통령의 이날 답변은 닷새 전 ‘하켄의 변호인들이 주식처분 관련 서류를 늦게 신고해서 의혹이 제기됐다’는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의 해명보다 훨씬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94년 텍사스 주지사 선거 때도 이 문제가 제기되자 부시 대통령은 “나는 제때 주식매각 사실을 신고했다”고 주장했었다.

부시 대통령의 하켄 관련 의혹을 처음 폭로했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7일 후속 칼럼을 통해 “부시 대통령은 자신을 ‘보통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내부자거래와 특혜를 통해 재산을 축적한 사람”이라며 “그는 ‘이미지’와 ‘실체’가 크게 다른 인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하켄 의혹이 내부자거래 문제에만 한정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이사회의 회계감사위원을 맡았을 당시 하켄이 자회사를 내부자에게 매각해 10억달러의 이익을 남긴 것처럼 처리한 것은 엔론의 분식회계와 똑같은 수법”이라며 “그의 주장대로 이 사실을 몰랐다면 그는 매우 태만한 이사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89년 부시 대통령이 경영하던 에너지업체 ‘스펙트럼 7’을 인수한 하켄에너지는 90년대 천연가스 발굴 사업이 계속 실패로 돌아가면서 손실이 누적돼 현재 파산 직전 상태. 분식회계 스캔들까지 겹치면서 이날 하켄의 주가는 주당 46센트까지 떨어져 거의 거래정지 상태에 빠졌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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