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 경제불안 남의 일 아니다

  • 입력 2002년 6월 16일 22시 46분


미국 경제가 불안하다. 달러화 가치가 폭락하고 주식시장에서는 지난 주말 첨단기업 주가가 ‘9·11 테러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수적인 국제통화기금(IMF)조차 미국의 금융위기를 경고하고 있다고 하니 이미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불안은 미국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지만 그 파장은 세계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미국으로 몰리던 돈이 빠져나가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런던 증시의 주가도 작년 9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테러사태 이후 빠른 경제회복세로 자신감을 회복했던 미국이 과연 금융위기에 빠지게 될지, 아니면 슬기롭게 수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IMF가 주가하락을 경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엔론사태에서 드러난 회계조작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으로 보아도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 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한국경제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흘러나온 돈이 한국 등 신흥시장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오히려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신흥시장에서 주식을 팔아 이익을 내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니 한국에서도 자본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내 경제도 이미 영향권에 들어갔다. 4월 초에 1300원대이던 원-달러환율이 두 달만에 1220원대로 9%나 떨어져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종합주가지수도 800선을 맴돌 정도로 하락한 것이 그 증거이다.

지금 월드컵이라는 국민 축제가 한창이고 연말에는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터에 외국 언론의 칭찬을 자주 듣다보니 외부 경제여건의 변화에 경계를 게을리 하기가 쉽다. 우리는 5년 전 경제에 소홀했던 탓에 외환위기에 휩쓸렸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정부와 기업은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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