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머독, 블레어 총리에 ´딴죽´

  • 입력 2002년 6월 12일 18시 30분


“토니 블레어 총리, 한판 붙읍시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회장이 유로화 가입과 관련,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영국에서 언론사주가 공개적으로 정치권력에 도전한 것은 드문 일이다.

머독 회장은 11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블레어 총리가 유로화 가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더선, 더타임스, 선데이타임스 등 신문을 총동원해 반대 캠페인에 나서겠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는 “유로화 가입 투표에 반대한다(vote no)”고 분명히 한 뒤 자신이 소유한 신문들에서 그런 메시지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은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나라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책임지지 않는 프랑스식 관료주의로 이뤄진 정부(유럽연합) 밑에 합쳐 넣을 수 없다”며 “유럽의 외교정책을 단일화하고 군대를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시도는 100년은 앞선 것으로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유로화 가입과 관련, 머독 회장은 “유로화에 대해 허튼 소리들이 너무 많이 쏟아지고 있다고 느낀다”며 “유로화 가입은 정치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주권인데 통화 통제권을 포기한다면 조세 통제권도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블레어 총리의 당내 라이벌로, 유로화 가입에 다소 부정적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브라운 장관이 총리직을 맡으면 만족하겠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뒤 “그는 소명의식을 가진 칼뱅주의자이고 나는 그를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머독 회장은 군주제와 관련, “정치에 대해 입을 다물지 못하는 군주가 나올 경우 영국의 군주제는 존속하지 못할 것이며 그럴 경우 군주제는 매우 빨리 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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