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로 변한 백의의 천사들

  • 입력 2002년 4월 29일 16시 04분


‘백의의 천사들’이 ‘악마’로 변했다.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경찰은 28일 보험금을 노려 남편을 살해한 전 간호사와 이를 도운 간호전문학교 동창생 3명 등 4명을 살인 및 사기혐의로 무더기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카와(大川)시에 사는 용의자 이시이 히토미(石井ヒト美·43)는 99년 3월 “아이들 문제로 상의할 게 있다”며 별거 중인 남편(당시 44세)을 집으로 불러들여 술을 먹였다. 남편이 잠들자 그는 용의자 요시다 준코(吉田純子·42·전 간호사) 등 간호학교 동창생 3명을 불러들여 의료용 튜브를 이용해 위스키 한 병을 남편의 체내에 주입시켰다.

이시이씨는 자신이 직접 전화로 구급대를 불러 남편을 병원에 입원시켰다. 남편은 이튿날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숨졌다.

이시이씨는 남편에게 걸려 있던 3000만엔의 보험금을 타내 4명이 나눠 가졌다.

완전범죄로 끝날 이 사건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은 공범자들간의 알력 때문이었다.

요시다씨 등 다른 3명이 “친척들에게 폭로하겠다”며 이시이씨를 협박하기 시작한 것. 자살을 기도하는 등 견디다 못한 이시이씨는 경찰에 남편 살해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조사 결과 요시다씨는 이시이씨에게 “당신 남편한테 돈을 빌려줬는데 갚지 않아 곤경에 빠져 있다”고 속여 보험금 살인을 부추기고 보험금도 대부분 자신이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시이씨는 1월 숨진 남편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 동료들에게 속았다. 돈도 빼앗겼다”며 울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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