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프랑스 용병’ 사장

  • 입력 2002년 3월 14일 18시 37분


10년 이상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기업의 올 봄 임금인상투쟁(춘투·春鬪)은 노조의 ‘완패’로 끝났다. 원래부터 대형 노조들이 협상방침을 임금인상보다는 일자리 지키기로 정했기 때문에 예상된 결과였다. 사용자측은 대부분 임금을 동결했으나 분규는 없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을 과감하게 깨뜨린 최고경영자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프랑스인 용병인 카를로스 공 닛산자동차 사장이다. 그는 ‘기본급을 1000엔 인상하고 월급5.5개월분을 특별보너스로 지급하라’는 노조측의 요구를 전면 수용했다.

공 사장의 결단은 지금까지 자동차 최대 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의 눈치를 보며 임금인상률을 결정해 오던 일본 자동차업계의 관행을 깨뜨렸다는데도 의미가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이번에 1조엔이라는 사상 최고의 경상이익을 내고도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며 임금을 동결했다.

공 사장은 “임금을 올려주면 다른 자동차업계의 눈총을 받는다”며 경영진 일부가 반대하자 “업계보다 우리 회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그의 결단은 지금까지 구조조정을 참으며 고생해온 사원들에게 ‘일본식 온정’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만성 적자를 보이던 닛산자동차는 2년 전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자본을 끌어들이며 공 사장을 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그는 ‘코스트 커터’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과감한 구조조정과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닛산을 흑자기업으로 돌려놨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