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합정부' 첫발 내디뎌

  • 입력 2002년 3월 1일 18시 15분


9·11테러 이후 군사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독주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독자적인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 건설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달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된 ‘유럽의 미래에 대한 회의(Convention on the Future of Europe)’에서 회의 의장인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은 “통합 헌법의 제정으로 보다 강하고 거대한 유럽을 이뤄내자”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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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유럽인의 권리를 강화하고 유럽이 세계 무대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유럽을 하나로 묶을 통합 헌법이 필요하다”면서 “전례 없이 긴밀한 연합체 구성을 위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유럽의 미래회의는 EU가 민주적이고 투명하며 효율적인 유럽 통합정부의 구성을 위해 EU 15개 회원국과 회원국 의회 대표, 유럽위원회 대표 외에 13개 EU 가입 후보국 대표 등 105명을 초청해 개최한 것이다. 회의 내용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며 장장 1년간 20여차례의 토론 일정이 예정돼 있다. 핵심 의제는 △EU 집행위원장 직접투표 △개별 회원국 거부권의 최소화와 전체 회원국의 과반수 표결 확대 △회원국의 동등한 의결권 보장 등이다.

물론 영국 이탈리아가 국가간의 느슨한 (유럽) 연합을 주장하고 있어 통합 헌법 제정까지는 수많은 난관을 거쳐야 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유럽이 이번 회의를 통해 정치적 통합 논의를 본격 개시했다는 점에서 세계의 전략 구도에 중요한 함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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