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테러때 총리 軍지휘권 강화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28분


일본은 직접적인 무력 공격을 받거나 대규모 테러 또는 재해가 발생했을 때에 대처하기 위해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고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보장기본법(가칭)’을 제정키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일 보도했다.

안전보장기본법은 긴급사태에 대한 규정이 없는 현행 헌법을 보완해 자위대의 권한을 확대하고 이를 신속히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21일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 제정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이 법은 지금까지 일본이 직접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를 대비해 제정을 검토해 온 ‘유사(有事)법제’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대규모 테러와 재해까지를 상정한 ‘전시비상사태법’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처럼 유사법제를 확대한 신법을 만들려는 것은 미국의 9·11테러와 괴선박 침투사건의 영향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해 말 자민당에 이 법의 제정을 지시한 적이 있고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보수당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올해 내에 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이 법을 통해 △총리가 ‘비상사태’ 선언으로 각료의 요청 없이도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도록 하고 △국민의 권리 제한, 피난과 사적 재산의 손실보전, 전쟁포로 취급 등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행 자위대법은 총리라고 해도 방위청장관이나 지사의 요청이 있거나, 국회의 승인이 있어야만 자위대를 국가방위, 치안유지, 해상경비활동 등에 투입할 수 있게 돼 있다.

새 법안에는 자위대뿐만 아니라 미일 안보협정에 근거해 자위대와 공동행동을 취하는 미군에게도 자위대와 같은 권한을 부여하거나 편의를 제공하는 내용도 들어간다.

일본 정부는 이 법안과는 별도로 괴선박이나 국적 불명의 비행기가 일본 영해나 영공을 침범했을 경우 자위대의 출동요건을 완화하는 ‘영역 경비법’과 테러활동에 쓰이는 자금을 동결할 수 있는 ‘자금세탁 방지법’의 제정도 검토 중이다. 일본은 80년대 초반 ‘유사법제’에 대한 검토를 끝냈으나 ‘전시동원법’이라는 야당의 반발 때문에 법 제정을 하지 못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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