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화 평가절하 안한다"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8시 33분


' 이 분이 새 대통령입니다'
' 이 분이 새 대통령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아 임시대통령이 23일 취임연설에서 외채지불 중단을 선언하자 이를 지켜보던 아르헨티나 의사당에서는 기립박수와 함께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라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제 금융기관의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선언했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스 사아 대통령은 아울러 페소화에 대한 평가절하도 단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사아 대통령은 이날 외채 지불 중단선언이 채무를 갚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면서 일시적으로 지불이 유예된 상환금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일시적인 채무상환연기이기 때문에 그의 말대로라면 외채에 대한 지불유예선언(모라토리엄)에 가깝다. 그러나 채권자들이 그의 지불중단선언을 거부할 경우 아르헨티나는 즉각 국가부도 상태에 빠지게 된다.

국제사회가 로드리게스 사아 대통령의 이날 선언을 어떻게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주요채권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아르헨 외채 상환에 대한 재협상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반응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1일 “아르헨티나가 채권자를 보호하고 안정과 성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IMF(국제통화기금)이 요구한 긴축정책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해 디폴트와 관련한 협상 가능성을 배제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주정치적 혼란 속에서 19일 만기인 일부 외채에 대한 이자를 갚지 못해 이미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페소화의 평가절하를 거부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 루이스 주 주지사인 로드리게스 사아 대통령은 의회 다수당인 페론당의 지지를 받아 임시 대통령에 지명됐으며 아르헨 의회에서 15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169대 138표의 표차로 내년 3월3일까지 임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홍은택기자·외신종합>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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