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부시의 황당한 결정”맹공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7시 52분


뉴욕타임스는 13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탈퇴 결정을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ABM 협정을 찢어버리면서’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탈퇴시기와 효용성 그리고 향후 군비경쟁에 미치는 영향의 측면에서 이번 결정이 모두 합리적 근거를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사설요지.

이번 결정은 러시아 및 중국과의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발할지 모른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에서 무엇보다 러시아의 협력이 요구되는 시점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 황당하다. 9·11 테러에서 얻은 교훈이 미국이 미사일에 취약하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ABM 탈퇴는 부시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지만 지금은 환경이 달라졌다. 부시의 최부유층에 대한 세금감면 공약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국가 이익에 일치하지 않는다. 앞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수그러들면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의 핵무기를 어떻게 통제하느냐는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 수년 내에는 완성되지 못할 미국의 방어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우호적인 관계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국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방과의 관계를 진전시켜 왔다. 그는 ABM 협정의 수정에도 융통성을 보여왔으나 부시 대통령이 탈퇴 결정을 강행, 그의 입지를 좁혔다. 부시 대통령은 협상을 선호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의견마저 묵살했다.

러시아는 핵무기를 현대화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들이는 데 관심이 없었으나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기 위해 기존 핵무기를 다탄두화할 수 있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다른 분야에서도 미국에 대한 협력을 거부할 수 있다. 미국은 그의 묵인이 없으면 아프간을 둘러싸고 있는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구 소련 연방국가들의 군사기지를 이용할 수 없으며 이라크에 국제 무기사찰단을 투입할 수도 없다.

미국이 해외로부터의 위협에 보다 잘 대처하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지만 이 일은 평화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협정을 폐기하지 않고도 달성할 수 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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