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美 인권제약에 一針… 대형 社說 이례적 게재

  • 입력 2001년 12월 3일 18시 46분


미국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외국인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비공개 군사재판을 추진하는 등 민권을 일부 제약하려는 데 대해 미국의 유력 언론이 잇달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2일 ‘전쟁과 헌법’이라는 제목의 이례적인 대형 사설을 통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외국인 테러 용의자들을 대거 검거하고 검거된 테러조직원들에 대한 비공개 군사재판을 실시하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신랄히 비판했다.

타임스는 “전시에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특히 수천명의 미국인이 숨진 상태에서 벌어지는 전쟁 중에는 더욱 비판이 어렵지만 반 테러 노력이 성공을 거두도록 하려면 미국인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이어 비공개 군사재판의 법률적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미국은 법치에 기반을 둔 국가이지 특정 관료의 선의에 입각한 국가는 아니다”며 “그동안 외국의 비밀재판과 정치범에 대한 부적절한 사법관행을 비판해 온 미국이 스스로의 기준을 저버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타임스는 또 미국인들이 부시 행정부의 민권제약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이 같은 조치가 외국인들만을 겨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테러리스트들과 국적 종교 인종적 배경을 같이한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의 민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이어 “우리는 쉬울 때가 아니라 어려울 때 우리의 가치를 어떻게 고수했는지를 심판받게 될 것”이라며 “세계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어둠 속에 갇힌 정의’라는 제목의 최신호(10일자) 커버 스토리 기사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6%가 미 정부의 민권 제약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미 정부의 태도로 볼 때 추가 테러가 발생할 경우 더욱 급격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인들은 안전뿐만 아니라 자유에 대해서도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2일 사설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고 수천명의 미국인이 전선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 다음 단계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성급한 확전론에 제동을 걸었다.

포스트는 이번 전쟁은 추가 테러를 계획하는 조직과 이들에게 자금과 무기를 제공하는 세력에 대한 수사 등 미국의 긴급한 안보위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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